해외 여행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장 설레이는 순간은 이륙을 위해 비행기가 가속을 할 때이다. 학부때 그렇게 신기해하며 열심히 공부했던 추진공학이며, 가스터빈이며, 유체역학 등에서 배운 “어떻게 이 커다란 물체를 그것도 사람들을 가득 실어서 하늘로 날려보내나” 에 대한 정확한 식들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래도 이착륙시의 날개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건 꽤나 재미난 일이다. 이 큰 동체를 생각보다 작은 엔진으로 띄우는 것도, 커다란 날개에 달려있는 깃(이라고 표현하는게 좋을 것 같다)들이 부산히 움직이며 비행기를 이리돌렸다 저리돌렸다 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하다. 이렇게 적고보니 내가 공학도가 맞긴 맞는가 보다. 비행기 날개를 관찰하는게 가장 재미난 순간은 비행기가 착륙할때이다. 유체역학적 설명들은 다 접어두고 날개들의 깃들은 또 부산히 움직이며 부지런히 내려앉을 준비를 한다. 고도를 낮추고, 활주로로의 방향을 맞춘다. 그러다가 비행기가 쿵하고 발을 내딛으면 모든 깃들을 활짝 들어서 속도를 확 줄인다. 그러고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조용히 날개를 정리하고선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혹은 익숙한 곳으로 내려놓는다. 나에게 이 모든 순간들은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희귀한 풍경이지만 몇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는 50-60년대 뮤지컬 영화만큼 흥미진진한 쇼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자리에, 그것도 날개가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필사적으로 예약한다) 이륙을 위해 엔진이 ‘우아아아아아아앙~’ 하고 돌아가기 시작하면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렘이야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흥미로운 쇼의 막이 곧 오르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도 좋아하는 배우가 잘 보이는 공연장의 좌석을 예매하는 마음으로 날개가 잘 보이는 자리를 미리 체크인하였는데, 해가 이렇게 빨리 져버릴지 몰랐다. 공항을 떠나 이륙이 시작되자 방향을 바꾸는 날개를 볼 수 있었을텐데 창밖은 올라갈수록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시한 오프닝에 실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더니 짜잔 서울의 밤하늘을 보여주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서울의 밤하늘은 아름답기만했다. 바쁜 사람들의 불빛 하나하나가 모여 마치 현대미술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디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의 서울이라면 기꺼이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아직 그 어떤 하늘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두시간쯤 후면 이 커다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새는 나를 시애틀에 내려놓을 것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나는 나의 이야기를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 커다란 새의 쇼는 서막에 불과하길 바란다. 더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전 세계에서 날아와 시애틀에서 모이는 사람들에게 있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다시 세계로 날아가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착륙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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