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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내 귀를 괴롭히지 않는 멜로디에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 자기 주장이 강하긴 하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 책, 두시간을 투자하고 나면 이틀동안 잔잔한 여운이 남고 나와 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 그리고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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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1 10:46 Daily story of J



해외 여행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장 설레이는 순간은 이륙을 위해 비행기가 가속을 할 때이다. 학부때 그렇게 신기해하며 열심히 공부했던 추진공학이며, 가스터빈이며, 유체역학 등에서 배운 어떻게 이 커다란 물체를 그것도 사람들을 가득 실어서 하늘로 날려보내나에 대한 정확한 식들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래도 이착륙시의 날개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건 꽤나 재미난 일이다.  이 큰 동체를 생각보다 작은 엔진으로 띄우는 것도, 커다란 날개에 달려있는 깃(이라고 표현하는게 좋을 것 같다)들이 부산히 움직이며 비행기를 이리돌렸다 저리돌렸다 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하다. 이렇게 적고보니 내가 공학도가 맞긴 맞는가 보다. 비행기 날개를 관찰하는게 가장 재미난 순간은 비행기가 착륙할때이다. 유체역학적 설명들은 다 접어두고 날개들의 깃들은 또 부산히 움직이며 부지런히 내려앉을 준비를 한다. 고도를 낮추고, 활주로로의 방향을 맞춘다. 그러다가 비행기가 쿵하고 발을 내딛으면 모든 깃들을 활짝 들어서 속도를 확 줄인다. 그러고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조용히 날개를 정리하고선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혹은 익숙한 곳으로 내려놓는다. 나에게 이 모든 순간들은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희귀한 풍경이지만 몇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는 50-60년대 뮤지컬 영화만큼 흥미진진한 쇼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자리에, 그것도 날개가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필사적으로 예약한다) 이륙을 위해 엔진이 우아아아아아아앙~’ 하고 돌아가기 시작하면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렘이야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흥미로운 쇼의 막이 곧 오르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도 좋아하는 배우가 잘 보이는 공연장의 좌석을 예매하는 마음으로 날개가 잘 보이는 자리를 미리 체크인하였는데, 해가 이렇게 빨리 져버릴지 몰랐다. 공항을 떠나 이륙이 시작되자 방향을 바꾸는 날개를 볼 수 있었을텐데 창밖은 올라갈수록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시한 오프닝에 실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더니 짜잔 서울의 밤하늘을 보여주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서울의 밤하늘은 아름답기만했다. 바쁜 사람들의 불빛 하나하나가 모여 마치 현대미술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디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의 서울이라면 기꺼이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아직 그 어떤 하늘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두시간쯤 후면 이 커다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새는 나를 시애틀에 내려놓을 것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나는 나의 이야기를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 커다란 새의 쇼는 서막에 불과하길 바란다. 더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전 세계에서 날아와 시애틀에서 모이는 사람들에게 있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다시 세계로 날아가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착륙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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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ㄱㅣㅁㅈㅓㅇ
2011/09/20 23:04 Daily story of J
mintpaper의 네번째 프로젝트 앨범 "cafe: night & day"의 두번째 트랙 '조정치 + 곰PD'의 '커피가 좋아'를 듣다가 웃음보가 터질뻔했다. 그러고선 그가 생각났다.

내 인생에 커피에 대한 잡학사전의 내용들은 다방커피의 조제방법(?) 빼고는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의 커피에 대한 기억은 엄마 몰래 옆집 원두 커피를 심부름 가다가 마셔본 원두커피의 쓴 맛과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였고, 아빠는 달달한 커피가 좋고, 엄마는 맥심 커피 몇 알만 넣은 묽은 커피가 좋으며, 나는 우유를 데울때 설탕과 함께 넣어 커피우유 같이 만들어 먹는게 좋고, 동생은 더위사냥을 좋아한다는 정도였다.
그러던 나에게 그가 맨 처음 알려준 커피는 내 기억에 꼰빤나였던 것 같다.
아마 '이름 없는 카페'에서 였지 않았던가 생각된다. 메뉴에도 없던 꼰빤나를 사람좋은 그는 바리스타 강마담에게 다가가 씩씩하게 시키고 뿌듯한 표정으로 내 앞에 다시 앉았다. 조그만한잔에 나왔던 그 커피를 처음에는 휘핑크림만 뺏아먹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휘핑크림을 먹고는 "세상에 커피가 이렇게 맛있다니!!" 라고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었다. 살이 찔까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어째튼 내가 좋아하는 커피 중에 하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마 그 후에 다양한 커피를 맛보다, 나에게 커피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세상이 열린건 '커피디자인'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작은 커피집' 사장님이 계셨고, 그날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나는 내가 좋아하던 '커피디자인'표 핫초코를 시켰었고, 그는 '과테말라'를 시켰던 것 같다. 아. 나는 이탈리안 소다였었나? 아무튼 내가 처음 맛본 커피는 과테말라였다. 사실 첫 눈에 '아메리카노'와 무슨 차이가 있는건가 싶긴했었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다. 별 기대없이. 물론 향은 좋았지만 한모금 맛보는 순간. 두번째 '유레카'를 외쳤다. 분명 같은 한모금인데 그렇게 묵직한 커피향이 입안 가득 찰 줄을 몰랐다. 그게 내 첫 드립커피 였다. 다양한 원두를 맛본 나는 내가 어떤 맛의 원두를 좋아하는지 어떤 맛을 싫어하는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무거운 바디감의 커피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신맛이 나는 커피들은 무척 싫어한다. 가장 좋아하는 드립커피는 '브라질' 원두로 내린 커피이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맛본 아메리카노에는 내가 싫어하는 맛이나는 원두들이 섞인 것 같다.
에스프레소를 이용하는 커피를 마실때면 주로 카푸치노나 라떼를 마신다. 우유에 섞이면 싫어하는 맛이 섞여있어도 훨씬 부드러워진다. 특히 'cafe alley (aka 작은커피집)' 사장님의 우유거품은 일품이다. 그 곱고 폭신폭신한 마치 솜사탕 같은 거품에 갈색설탕은 솔솔 뿌린다음에 한스푼떠서 설탕이 아작아작 부서지는 소리가 나도록 씹어먹는다. 커피도 살짝 섞어서 먹으면 별미다. 이때 주의 사항은 '시나몬은 빼주세요' 이다. 사실 그가 없는 지난 주말 혼자 커피마시러 갔다가 '시럽 말고 설탕으로 주세요'는 까먹지 않았는데 '시나몬은 빼주세요'는 까먹어버렸다. 내가 싫어하는걸 빼주는건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혹시나 실수로 시나몬이 올라가면 손수 걷어주곤 했었다. 모 기업광고의 카피에서 '그녀가 무얼 싫어하는지 안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당당히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나몬이요!!' 지난 4주 중에 아마 그의 부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를 이토록 생각해주는 사람이구나. 라는 고마움과 함께. 자주 가지는 않지만 스타벅스에 가면 꼭 두유를 넣은 라떼를 마신다. 같이 넣어주는 바닐라 시럽에 색다르고 맛있는 라떼가 되는 것 같아서 별미이다. 그걸 기억한 그는 꼭 다른 카페에 가서도 '혹시 라떼에 두유 넣어주실 수 있어요?' 물어본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기억하는 사람이다.
내 머리속과 마음속에 향긋한 커피향을 채워주는 그. 이틀 후면 다시 그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카푸치노를 마실지, 드립커피를 마실지, 오랜만에 큰맘먹고 꼰빤나를 마실지. 아직은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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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ㄱㅣㅁㅈㅓㅇ
2011/09/03 17:02 Daily story of J


나는 지금 햇볕이 잘드는 새마을호 창가자리에 앉아 수원으로 가고 있다. 버스를 타나, 기차를 타나, 비행기를 타나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창가 자리이다. 비행기는 이유가 다르지만 버스와 기차의 창가자리는 풍경뿐만 아니라 햇볕때문에 선호하기 때문에 무척 덥거나,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 아니면 커텐을 치는 법이 없다. 창가자리 앉아서 따뜻한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으면 비타민 D 보다 더 따뜻한 기억이 나를 감싸서 둥둥 뜨는 기분에 나른해 지다가는 금새 단잠에 빠지곤한다. 햇볕에 관련된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억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은 햇볕아래서의 낮잠에 관한 기억이다. 장소는 내가 7살때 이사가서 대학교 올 때까지 자란 우리집. 우리집은 작은 도시의 고층 아파트 15층이다. 항상 중소도시라고 우기긴 하지만 사실상 넓은 평지도, 강도 없어서 제대로된 공장하나 없는 농촌마을의 시내라고 하는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거기에다가 국립공원까지 있는 동네라 공기가 무척이나 깨끗한 동네이다. 우리집은 시내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산 중턱에 자리잡은 아파트였다. 더군다나 남향에 15층이었으니, 우리집 앞에는 넓은 하늘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옛날 아파트의 구조 특성상 30평 정도 된 우리집의 절반은 모두 거실 면적이었다. 거기에다 엄마의 심플한 인테리어에 대한 선호 덕분에 커튼도 깔끔하고, 쇼파도 없어서 우리집 거실은 그야말로 넓은 마당 같았다. 날이 좋은 일요일 오후면 나혼자서던지 엄마와 함께 던지 아니면 아빠와 민이도 함께 던지 그 너른 거실에 누워서 커튼을 다 젖혀놓고 넓은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받으며 낮잠을 자곤 했다. 계절은 중요하지 않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대나무 자리에 누워 자고 일어나면 온몸에 줄무늬가 생기기도 하고, 겨울에는 폭신한 진분홍색 카펫 위에서 뒹굴거리면 한잠 자고 나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기분이었다.  거실에 가만히 누워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TV 를 보고 있다보면 베란다를 통해 들어온 햇볕이 내곁에 가만히 누워서는 어느새 나를 폭 안고는 곤히 재워버린다. 아무리 책이 재미나도 음악이 시끄러워도 TV에 신기한 것들이 나와도 그 따뜻함에 몸은 금새 노곤해지고, 눈은 스르륵 감기다가 결국은 구름에 둥둥 뜨는 기분으로 잠에 빠져들고만다. 꿈조차 꾸지 않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따뜻하고 기분좋은 잠에 빠져들고는 그렇게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가 그리고 맛있는 냄새가 나기 전까지 나는 나의 일요일 오후를 그 어떤 유명한 휴양지에서 보다 더 값지게 보내곤 했었다. 그 따스한 햇볕에 대한 기억이 내가 창가자리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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